바이오마커에 대하여

암의 조기 진단과 완치는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대부분의 암 완치율이 70%를 넘지만 담도암, 폐암, 간암 등의 완치율은 30%대에 머물러 있고 심지어 췌장암의 경우에는 10%대에 머물러 있을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완치율이 낮은 암의 공통적인 특징 중의 하나는 컴퓨터 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 진단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조기 진단이 어려운 암과 또 일반적인 암을 조기에 간편하고 정확하게 진단하는 방법은 없을까?

 

전통적 종양표지자 (tumor marker)
암은 유전자 변이에 의한 세포 질환이기에 치명적인 암세포로 자라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며 암 세포 성장에 따르는 흔적들은 혈액이나 소변, 침 땀 등에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종양세포에서 생성되어 분비되거나 종양 조직에 대한 반응으로 정상 조직에서 생성되는 물질을 종양표지자(tumor marker) 또는 생체 표지자 (biomarker)라고 한다.

현재 수 백 종류가 넘는 종양표지자가 알려져 있으며 그것들은 세포표면항체 또는 세포질 단백, 효소, 호르몬, 수용체, 유전자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종양표지자가 이토록 수 백 종류에 이르도록 다양하다는 것은 암세포의 종류가 그만큼 다양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 암세포를 선별하려면 각각의 특성에 맞는 종양표지자가 개발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한 종류의 악성종양에서 여러 종류의 종양표지자 수치가 상승할 수 있고 반대로 한 종류의 종양표지자는 여러 종류의 악성종양과 심지어는 양성종양에서도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종양표지자만 가지고 특정암을 선별하고 진단하는데 한계점을 가지게 된다. 종양표지자 단독 검사로는 특정암을 진단하기 쉽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종양표지자는 악성종양 진단의 보조적 도구, 치료 반응 평가와 재발 감시, 예후 예측에 있어 유용하게 사용되는 도구이지만 암 진단의 선별검사로서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전립선암의 종양표지자인 PSA, 간세포암의 AFP 정도가 선별 역할을 하는 종양표지자로 인정받고 있지만 그마저도 AFP의 경우에는 간세포암 유병율이 높은 우리나라와 중국 정도에서만 인정되고 있고 유병율이 높지 않은 다른 지역에서는 근거가 부족하여 선별검사로 권고되지 않는 실정이다. 또 전립선암의 선별검사로서 인정받고 있는 PSA의 경우에도 종양이 아닌 단순 염증 반응에도 수치가 높아져서 최종 선별을 위해서는 직장 수지 검사와 병행할 것이 권고되고 있기도 하다.

 

액체 생검 (Liquid Biopsy) 기반 바이오마커 (biomarker) 
이상 살펴 본 종양표지자 혹은 바이오마커는 주로 혈액내에 있는 단백질 표지 인자를 찾아 내서 진단하는 단백질 기반의 암 진단 방법을 사용하는 것인데 위양성(false-positive) 판정 가능성이 높고 전술한 것과 같이 여러 가지 제한점을 지니고 있어서 선별 검사로서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최근 종양 진단에서 특별히 관심을 받고 있는 액체생검 (liquid biopsy) 기반 바이오마커는 단백질 기반 종양표지자와는 달리 유전자 지표들을 대상으로 한다. 암세포에서 혈액으로 방출되는 종양세포나 종양세포로부터 분비되는 DNA핵산, 세포외 소포체(엑소좀, exosome), lncRNA(long non-coding RNA), miRNA(micro RNA) 등을 분석해서 유전적 정보에 기반하여 암을 진단하는 방법이다. 

모든 세포들은 다른 세포 또는 외부의 환경과 커뮤니케이션 하는데 중간 매개체로서 세포들은 다양한 물질들을 외부로 방출하게 된다. 최근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엑소좀을 통한 세포간 정보 교환의 경우 엑소좀이 단백질, 핵산 등의 유전물질 및 대사물질 등을 포함하고 있고 유래 세포들의 상태를 반영하는 성격을 활용한 것이다. 엑소좀은 혈액, 소변, 침, 눈물 등 다양한 체액에 매우 안정적으로 존재하는 물질로서 암의 진행, 전이, 약물 반응성 등의 지표가 되는 4,500여 종의 단백질 및 유전정보(DNA, mRNA, miRNA)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주로 혈액 속의 엑소좀을 추출, miRNA에 대한 프로파일링을 해서 암 특이적 바이오마커를 발굴, 암 진단에 적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영국 NHS, 2021년 Galleri™ 임상 
조기 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 연구의 성과들이 최근 국내외에서 속속 들려오고 있다. 그 중에서 영국 국민의료서비스(UK NHS: National Health Service)가 2028년까지 모든 암의 3/4을 조기에 진단한다는 목표 하에 다중암 조기 발견 혈액 검사인 Galleri ™(DNA 메틸화 분석 기반 암진단 검사)를 2021년 중반부터 영국민에게 제공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암 조기진단의 새로운 시대가 한 발 더 가까이 왔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이 프로그램에는 2021년에 영국에서 암의 징후가 없는 50세 이상 14만명의 한 그룹과 암의 의심 징후나 증상이 있는 40세 이상 25,000명의 두 그룹, 총 165,000명의 사람들이 참여하게 된다. 이 프로그램의 결과를 기반으로 2024년과 2025년에 걸쳐 약 백만 명으로 확대하고 이후 더 많은 인구로 확대 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이 연구는 NHS 시스템에서 Galleri™의 임상 및 경제적 성과를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미 미국의 임상연구에서 Galleri™의 이전 버전은 단일 혈액 채취를 통해 50가지 이상의 유형의 암을 찾아내는데 1% 미만의 낮은 위양성률(false positive rate)를 보였다는 결과를 갖고 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한 모델링 데이터에 따르면 Galleri™를 기존 표준 치료에 추가하면 후기 단계에서 진단된 암환자의 수를 거의 절반까지 줄일 수 있으며 이는 영국에서 매년 약 20만명의 총 암사망자 수를 약 5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결과를 예측케 한다.

 

DNA 메틸화 분석 (methylation analysis)을 이용한 Galleri™
Galleri는 혈액속에 있는 DNA조각에서 메틸화를 찾아내어 그 분석을 통해서 50개 이상의 암을 찾아내는 방법을 사용한다. 한 물질에서 다른 물질로 4개의 원자(하나의 탄소 원자와 3개의 수소 원자(CH3))가 이동하는 메틸화라는 생화학적 과정으로 인해 조기 암 발견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수년 동안 수만 명의 혈액 연구를 통해 혈액 DNA의 메틸화 패턴을 조사하고 정보를 기계학습 (machine learning) 알고리즘에 연결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부 사람들은 암에 걸렸고 그 정보도 알고리즘에 제공되었다. 결국 기계 학습 알고리즘은 DNA의 비정상적인 메틸화패턴과 특정암 사이의 관계를 인식하기 시작했고 다음으로 과학자들은 새로운 환자의 혈액을 샘플링하고 그 혈액의 메틸화 패턴에 대한 정보를 머신 러닝 알고리즘에 제공하여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질간의 전달은 일종의 생물학적 스위치로 작동하여 신체의 여러 시스템을 켜고 끄는데 DNA의 경우 메틸화는 암과 관련된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켜거나 끌 수 있어서 이 과정은 신체의 수천만 곳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암세포가 위치해 있는 곳이 어딘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한번의 채혈로 50개 이상의 암을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연일 들려오고 있는 새로운 암 진단 바이오마커들의 개발과 임상 소식은 조기 진단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당뇨 검사처럼 피 한 방울로 간편하고 정확하게 암을 진단할 수 있는 미래가 멀지 않았음을 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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