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59세
백혈병

항암 치료 

오늘(1월 6일) 아침마당(kbs1)에 출연하신 암스쿨 관계자님들을 보고 엄청 기뻤습니다. 암환자들에게 무료로 연민의 정을 주시는 이 사회의 등불을 보고 그래도 세상은 살아있구나! 를 느껴서 이 글을 올립니다.

저는 2007년도에 직장생활을 하던 중 눈의 실핏줄이 터져서 안과에 여러 번 갔는데도 치료가 안 되어, 옆 내과에 우연히 들린 의사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피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이틀 후에 오라고 해서 갔더니 '무슨 일을 하세요?'라고 묻는다. 그래서 신규 사업을 한다고 하니 당장 큰 병원에 입원을 하라는 말씀이었다.

그 소리가 나는 당시에 '무슨 소린지?' 귀에 들어오질 않았다. 피검사 결과는 혈액 쪽에 이상이 있다는 말씀이다.

그리고 집으로 왔는데 매일 아침 아파트 단지 야산에 오르는 운동습관이 있어 그날도 산에 오르는데 숨이 차서 오를 수가 없었다. 그대로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는데 다리 부분에 시퍼렇게 멍이 든 것이다. '이것이 뭐지?' 그래서 서울대에 계신 누님께 전화를 드려서 예약을 한 것이다. 그날이 2007년도 '설' 전날이었다.

설을 쇠고 그 날 저녁 열이 나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택시를 타고 서울대 중환자실로 간 것이다. 설날 전이라 중환자실에 베드가 없어 복도에서 의자를 깔고 이틀을 지냈다. 3일 후에 베드가 나서 중환자실로 가니 '골수검사'를 하는 것이었다. '백혈병'이라는 진단이다. 하늘이 무너지고 순간 마실 공기도 없는 느낌이었다.

곧바로 10층 입원실로 직행을 한 것이다. 백혈병환자 병동이다. 레지던트 의사분의 약간의 상담을 하고 입원실로 들어갔다.

담당의사가 처음에는 혈액종양내과 과장님이었는데 담당의사가 바뀐 것이었다. 당시는 약간의 불만이었다. 나도, 보호자인 아내도 그런 기분이었다. 나중에 상황을 보니 누님께서 의사를 바꿔놓으신 것이었다. 이런 저런 이유였다. 후일에 이런 것도 나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인도가 아닌가 생각되었다.

나는 혈액 암 형태 중 M3 타입이라 '골수이식'을 하지 않고 항암치료를 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처음 관해 (remission 寬解)를 통과하여 3차에 걸쳐 항암치료를 6개월에 걸쳐 했다.

한 차수에 1개월이 걸린다. 거의 항암을 밤낮으로 일주일을 한다. 간호사의 말에 의하면 항암 농도가 다른 암에 비하여 5배나 높다고 한다. 이 암은 혈액에 대한 암이라 전국구이고 다른 암은 지역구이다.

일주일을 밤낮으로 하니 사람이 살아남을 수가 없는 고통이다. 머리는 입원 당시에 이발소 아저씨가 와서 미리 빡빡 민다. 독하여 몸의 솜털까지 몽땅 제거된다.

차수로 갈수록 항암이 어렵고, 가장 어려운 차수는 3차 항암을 할 때다. 아마 내성이 생겨서 그러하다. 그때는 '이렇게 죽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도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힘들었다.

때가 되어서 식사 차가 복도에서 굴러오면 먹지도 않았는데 냄새로 구토가 일어난다. 식기가 앞에 놓이면 나는 눈을 딱 감고 토하면서 꾸역꾸역 먹었다. 다른 환자는 한 숟가락도 먹지를 못한다. 다른 보호자의 말, '저 아저씨는 살 거야"라는 말을 우리 아내에게 전했다는 후문이다.

이렇게 해서 나는 그 해 10월에 퇴원을 하고 1년 동안 약으로 치료를 했다. 이것도 만만치가 않았다. 약이 외제약이라 우리 몸에는 부작용이 많이 일어나는 것이다. 약을 먹으면 온몸에 반점이 일어나고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어쩔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약이 이 한 가지뿐이란다. 3개월 단위로 병원을 찾아 검사 진료를 하고 세월이 지나갔다.

나는 아파트 단지의 야산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우산을 받쳐 들고 매일 운동을 한 것과 아내의 정성스런 식사준비가 나를 살린 가장 중요한 근원이 된 것이다.

오늘 출연한 회장님의 말씀처럼 우선 잘 먹어야 한다. 이것이 첫 번째이다. '먹지 못하면 죽는다' 라는 각오를 환자는 가져야 한다. 그리고 자기에 맞는 적당한 운동이다. 여기에 나는 종교를 가져 믿음이 나를 살린 또 하나의 근원이 되었다. 또 한 가지를 보탠다면 긍정적인 마음이다. '나는 완치될 수 있어'라는 굳은 신뢰의 마음이다.

세월이 흘러 5년에 완치 판정을 받고, 서울대 병원에서 완치 성공에 대한 설문조사에도 응했던 사례도 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기적'이라고들 한다. 이제 10년이 되어 간다.

59세에 이 병을 얻어 10년 동안 '백혈병'이라는 친구와 인생의 여정을 같이 하고 있다. 병은 살다 보면 오는 것이다. 이것을 잘 치료하고 관리를 하면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되는 것이다.

나는 내 삶의 반려자인 아내에게 매일 감사를 하고 나를 살려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면서 그 값으로 교회에 열심히 봉사를 하고 있다.

오늘 아침마당을 시청하면서 만난 '암스쿨' 회장님 부인, 관리자 교수님! 이런 극복기를 쓰는 기회를 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암 투병을 하시는 환자분들께 조금이나마 심적으로 도움과 위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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