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와중에도 나름대로 투병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암이나 건강 관련 서적들을 읽다 보면 암에 좋다는 각종 비방들을 만나게 된다. 하나하나가 모두 그럴듯해 보여 헷갈리기까지 한다. 이들 가운데 신빙성이 있는 것들을 가리고, 또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골라내 정리한 것이다. 병을 다스리기 위한 프로그램과 나름대로 정리한 참고사항들은 2부에서 상세히 소개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간단한 언급만 하겠다.

치병 프로그램은 크게 4가지였다. 식이요법, 약차, 운동, 단전호흡과 자기 암시 등이 그것이다.

 

식이요법

나의 치병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식이요법이었다. 무엇보다 먹는 것과 가장 관련이 깊은 위에 암이 있었고 위의 대부분을 잘라낸 상태여서 먹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서점에 가 보면 알겠지만 암 치료를 위한 식이요법과 관련된 건강 서적만 해도 엄청나다. 감자요법, 솔잎요법, 포도요법, 무슨 요법 등등.

또 와솔 만으로 고쳤느니, 홍삼만 먹고 고쳤느니, 표고버섯차가 좋다, 뭣뭣이 특효다 등등의 단일비방과 사례를 소개한 책들도 많다. 앞서 언급한 황봉실 선생님이 쓴 기적의 암 치료법이란 책에도 식양법이라 이름 붙인 식이요법이 소개된다. 참으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산골 절에 들어가 요양하는 처지에 그런 책들에 소개된 것들을 모조리 써볼 수는 없었다. 내가 구할 수 있는 먹거리를 중심으로 식단을 짰다. 식사는 어머님이 챙겨 주셨다.

절에 들어간 이후 약 10일간은 죽을 먹었다. 수술 전에도 위가 워낙 약했는데다 수술까지 해서 작아졌으니 죽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섯 숟가락 가량 먹으면 목구멍까지 차는 바람에 하루에 6끼 정도 식사를 해야 했다. 그러다 10여일이 지난 후부터 차츰 밥을 먹게 됐다.

절에 들어가기 전에 약 이틀쯤 서울에서 먹거리 준비를 했다. 무공해 유기농법으로 지은 농산물만 공급하는 농촌경제살리기실천연합에서 현미, 현미 찹쌀, 율무쌀, 보리쌀, 검정콩, 좁쌀(차조)를 구했다. 초기 식사는 흰쌀로 만든 죽에 소금기가 거의 없고 부담 없는 반찬, 예를 들면 소화에 도움이 되는 무국 등을 만들어 먹었다. 수술 전 자극성 있는 음식에 길들여 있던 나였기에 소량의 죽과 밋밋하고 맛없는 반찬은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약 10일 후부터는 위에 소개한 재료로 잡곡밥을 지어 먹었는데 역시 하루에 조금씩 나눠 6끼를 먹어야 했다.

나중에 상세히 소개하겠지만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먹는 방법이다. 콩 한 조각이 됐든 죽 한 숟가락이 됐든 일단 한입 물으면 그대로 100번 이상 씹어야만 삼키는 것이다. 내가 위암 수술을 한 이래 건강을 위해 정한 원칙 가운데 100번 이상 씹어 삼키기만큼은 이후 약 3년간 항상 지켰다. 원칙은 100번 이상 씹기지만 실제로는 200번 이상 씹는 게 보통이었다. 위가 워낙 약했던데다(수술전 항상 속이 쓰리고 소화가 안돼 손을 명치끝에 대고 다녔고 위장약이 주머니에 그득했다) 수술로 절제해냈으니 위가 해야 할 일을 입이 대신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철저히 지켰다. 나중에 상세히 얘기하겠지만 위는 3년 정도 후 정상크기로 다시 자랐고 위내시경 검사에서 "어린애들 위처럼 상처하나 없이 깨끗하다"는 판정을 받게 됐는데 바로 꼭꼭 씹어 먹기 덕택이다.

 

약차

우선 약은 황봉실 선생님이 쓴 '기적의 암 치료법' 1권에 소개된 약차를 썼다. 약사이신 황 선생님이 독자적으로 연구해 처방했다는 약차는 우선 약재가 맘에 들었다. 나는 한의학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아버지가 한약재 도소매 상을 하신 관계로 한약재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고 있다.

단순히 약재의 이름이나 외우는 수준이 아닌, 약재의 성분이나 약리에 대해서도 어깨 너머로 또는 서적을 통해 비전문가로서는 비교적 상당한 수준의 지식을 갖추고 있다. 황 선생님이 연구했다는 약재들은 선생님의 말 그대로 평범한 약용식물들이지만 해독작용에 탁월하고 항암성분이 많거나 면역력을 높이는 것들이다. 마침 친동생이 아버지의 한약가게를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었으므로 양질의 약재를 쉽게 구했다.

 

운동

체력이 워낙 떨어진 상태여서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은 느꼈으나 제대로 되지 않았다. 묵고 있던 절이 산 중턱쯤에 있는데 산 아래 계곡까지 매일 서너 차례 오르내렸다. 숨이 막혀 지칠 때까지(그래봤자 고작 몇 십미터지만) 뛰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무리한 운동이 아니었나 싶다. 지금 생각엔 절대로 무리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운동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싶다. 또 하나 앉은 자리에서, 혹은 누워서 할 수 있는 운동들도 발굴해 가능한 한 기와 혈의 흐름이 원활하도록 했다.(후에 상세히 소개) 지압이나 마사지 등도 최대한 활용했다.

 

단전호흡과 정신요법

사실은 말이 단전호흡이지 호흡법을 제대로 익힐 만한 시간도 없었고 해서 가능한 몸속에 산소를 많이 흡입할 수 있는 호흡법을 썼다. 후일 관련 서적들을 탐독하며 이론상으로는 많은 호흡법을 알게 됐는데 가장 간단한 것은 어느 책에선가 본 '나무아미타불 호흡법'이다. 간략이 소개하면 이렇다.

아무 준비가 없어도 아무 때, 아무 곳에서나 먼저 숨을 끝까지 내뱉는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을 마음속으로 외면서 더 이상 숨을 내 쉴 수 없을 때까지 숨을 천천히 내쉰다. 이 때 불교신자가 아닌 사람이나 나무아미타불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은 아무거나 해도 된다. 할렐루야 할렐루야 해도 된다. 다만 숨을 내쉴 때는 내 몸 속에 남아있는 각종 나쁜 기운들, 독 등이 날숨을 통해 배출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몸속에서 독이 빠져 나가는 이미지를 형상화해 연상한다. 확신을 가져야 한다.

더 이상 참기 어려울 때 최대한 크게 그리고 많이 숨을 들이쉰다. 들숨은 자연스럽게 허파 구석구석까지 이뤄지게 된다. 소위 말하는 복식호흡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날숨 때와 반대로 세상의 좋은 기운들이 들숨과 함께 내 몸 속에 들어온다고 상상한다. 이 호흡법은 산소를 최대한 많이 혈액 속에 공급하는데도 유효한데 혹시 몸 어딘가에 암세포가 남아있다고 할 때 좋은 자연치료법이 된다.

호흡법과 함께 정신요법도 활용했는데 매일 잠들기 전 내 몸 백혈구에 있다는 내추럴 킬세포들이 암세포를 잡아먹는 모양을 형상화 해 상상했다. 새싹, 물위로 솟구쳐 오르는 힘찬 물고기 등 생명의 소생과 활력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가능한 자주 떠올렸다.

잠들기 전에는 보통 30분 내지 1시간 가량을 가벼운 체조와 마사지, 지압 등을 함께 하며 앞서 얘기한 정신요법을 함께 했는데 최종적으로는 반드시 자기암시를 했다. 매일 잠들면서 ''너는 내일 아침 잠에서 깨면 오늘보다 훨씬 건강해질 거야''라는 암시다. 확신을 가지고 매일 세뇌를 했다. ''네 몸속에 남아있는 암세포가 내일 아침이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암시도 많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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