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항암제 투여

7월 하순. 햇살이 너무나 눈부시다. 그리고 덥다. 단양에서의 생활 이후 처음으로 서울엘 올라왔다. 다 빠진 머리를 가리기 위해 가발을 썼다. 무더운 여름날 가발을 써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머리에 땀이 차는 바람에 남들보다 두 배는 더 덥다.

한 달 만에 다시 시작된 병원에서의 생활. 2차 항암제 투여를 위해 입원한 것이다. 1주일 동안 계속된 점적주사는 단양에서의 요양으로 크게 나아지던(대머리가 된 것만 빼고) 몸을 다시 그로기 상태로 만들었다. 처음 항암제를 맞을 때보다 훨씬 부작용이 심했다. 입원 이틀째 되는 날부터 속이 울렁거리더니 설사와 구토가 시작됐다. 사흘째 되는 날부터는 거의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 물을 억지로 마셨다. 소변을 통해서라도 항암제의 독 기운을 몰아내겠다는 생각이었다. 그 동안 책을 통해 배운 기공(독학했다)도 했다. 그러나 병원이라는 음울한 환경에 워낙 원기가 약해져 잘 안됐다. 몸무게가 48kg 정도로 야위었다.

일주일 동안 항암치료를 받고 퇴원하는 날. 택시로 목동 처형 집에(당시 나의 중국 연수 때문에 온 가족이 처형 집에 이사해 있었다) 갔다. 택시에서 내려 처형 집(좁은 골목길로 100미터쯤 들어가야 한다)에 가는 동안 3번이나 쉬었다 가야 했다. 100미터 남짓 되는 거리를 제대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축났다.

처형은 나를 위해 일부러 건강보조식품을 파는 회사에 입사를 했다. 스쿠알렌을 비롯해 유산균제재 등 각종 건강보조식품을 잔뜩 구입해 내게 줬다. 수 백 만원 어치는 돼 보였다. 그러나 스쿠알렌은 먹기가 역겨웠을 뿐만 아니라 자꾸 설사를 유발해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다른 보조식품들도 처형의 성의를 봐서 먹기는 했지만 부담스러웠다. 하루를 더 쉬었다가 단양 절로 다시 내려갔다.

 

특효약이나 비방에 속지말자

여기서 잠깐 해두고 싶은 말이 있다. 각종 특효약과 비방들에 대한 것이다. 암 병동에 가면 별별 약 장사들이 온갖 기발한 방법으로, 혹은 사기성 농후한 방법으로 암 환자들을 꼬드긴다.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나았다든지, 어딜 가면 참으로 용한 도사님이 계시는데 죽었던 암 환자도 고친다든지 하는 각종 비방과 유언비어도 횡행한다. 대부분의 암 환자나 가족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기 때문에 이런 유혹에 빠지기 쉽다. 더구나 이런 약 장사나 사기꾼들은 너무나 그럴듯한 이론으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이런 경우 십중팔구는 사실과 다르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면 몇 년 전인가 천지산이라고 하는 약이 우리나라에서 개발됐는데 암 치료제로 세기의 대발명이라며 언론에까지 대서특필된 적이 있다. 모든 암을 100%에 가깝게 치료한다는 것이다. 주간조선에서 처음 그 기사를 썼는데 나중에 밝혀진 얘기지만 일방적으로 천지산을 개발했다는 사기꾼의 말을 그대로 기사화했다. 이 기사를 KBS 등 방송과 다른 일간신문들에서도 대체로 비슷한 수준으로 받아(베껴) 보도했는데 나는 당시 암 환자였기 때문에 유심히 봤다. 그러나 몇 달 못 가 거의 완벽한 사기였다는 게 확인됐고 그 사기꾼은 구속됐다.

중국산 비방 약이라는 이름을 달고 국내에 들어온 수많은 약들도 검증된 것이 없다. 믿을 만한 게 못 된다. 그 약 장사들이 주장하는 대로라면 이미 암은 그 약들에 의해 정복됐어야 한다. 상황버섯이니 아가리쿠스 버섯이니 하는 것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상황버섯만 먹고 나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특정 암에 걸린 한 사람이 상황버섯을 먹고 나았다 해서 다른 모든 암 환자가 다 상황버섯을 먹으면 낫는다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북한산 수입품 포함) 진품 상황버섯이 얼마나 되는가 하는 문제를 조금이라도 생각해 본다면 시중에 유통되는 물량의 대부분이 가짜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자기 어머니가 자궁암 판정을 받자 어려운 살림에도 수 천 만원을 들여 상황버섯을 구해다 달여 드렸다. 그러나 어머니는 몇 달을 넘기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어느 기도원에서 고쳤다느니, 계룡산 밑에 기 치료로 암을 낫게 하는 사람이 있다느니 하는 소문도 무성하다. 난 가본 적은 없지만 SBS ''그것이 알고 싶다''나 ''피디수첩'' 등을 보고 판단하건대 대체로 가짜가 아니겠느냐고 생각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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