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1세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전이를 동반한 말기 흑색종을 앓고 있다가 면역 항암치료를 통해 완치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면역치료에 대한 연구가 거듭되면서 항암치료의 패러다임이 1세대 화학항암제와 2세대 표적항암제를 거쳐 3세대 면역항암제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이다.
화학항암제는 단기간에 증식하는 암 세포를 공격하도록 설계돼 있어 골수, 점막, 모낭, 생식 기관 등 증식 속도가 빠른 정상세포도 파괴한다. 2세대 표적항암제는 암세포만 집중적으로 공격해 부작용은 화학항암제보다 덜하지만 적용 대상이 제한적이고 내성이 생기면 치료효과가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비해 면역항암제는 암세포 자체를 파괴하기보다는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의 증식을 막기에 부작용이 적은데다 특정 암이 아닌 다양한 암에 적용할 수 있어 제 3세대 항암제로 각광받고 있다.
면역치료의 시작, 백신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면역이라는 현상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전염병이 유행할 때 한번 걸렸다가 회복된 사람은 다시 그 전염병이 유행해도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백신의 기본 원리는 T세포나 B세포와 같은 림프구를 미리 훈련시키는 것이다. T세포와 B세포는 이전에 침범했던 세균을 기억해 다시 침범한 세균에 대해 더 빠르고 강한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면역항암제가 바로 이런 면역반응을 이용해 만들어졌다.
미국의 앨리슨 박사와 일본의 혼조 박사는 암세포를 제압하는 T세포의 기능을 억제하는 단백질을 발견했고, 이를 항체 약물로 차단하면 T세포의 기능이 회복되어 암세포를 죽일 것이라는 가설 하에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면역관문 억제제라는 면역항암제를 개발했고, 두 사람은 2018년도 노벨 의학상까지 받았다.
자신을 감추고 숨기는데 능한 암세포들
암세포들은 체내에 있는 면역세포들이 자신들을 탐지하고 파괴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방법으로는
① 자신의 표면에 종양 항원의 발현을 줄이게 하여, 암세포가 면역체계에게 덜 ‘보이도록’ 유전자 변화를 꾀한다.
② 자신의 표면에 면역세포를 비 활성화시키는 단백질로 덮는다.
③ 종양 주변에 정상세포들을 유도하여, 면역반응을 억제하고, 종양세포의 확산과 생존을 촉진하는 물질을 분비한다.
암세포들에 동조하는 단백질을 제어하는 ‘면역관문 억제제’
암세포들의 이런 계략에 동조하는 세포가 바로 PD-1의 파트너 단백질인 PD-L1이다. PD-L1은 암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의 작용을 멈추게 하여 암세포가 면역파괴를 피할 수 있게 도와준다. 원래 PD-1은 면역관문 단백질로 불리며 T세포가 체내 세포들에게 면역 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꺼짐, 공격 중지’의 지시를 보내는 단백질이다. 면역관문 억제제는 면역관문 단백질과 그들의 파트너 단백질 사이의 상호작용을 막아 강한 면역 반응을 가능하게 한다. 현재 면역관문 억제제의 표적에는 PD-1, PD-L1 및 CTLA-4가 포함된다.
면역관문 억제제 사용 현황
미국 국립암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미국내에서 면역관문 억제제는 피부암, 비소세포 폐암, 방광암, 두경부 암, 간암, 호지킨 림프종, 신세포 암 (신장 암의 일종) 등 다양한 종류의 암을 치료하도록 승인받았다. 면역관문 억제제 중 하나인 펨브롤리주맙(상표명 : 키트루다)은 미소부수체 불안정성이 높거나 불일치 복구 결함이 있고, 전이되었거나 수술로 절제 불가한 고형 암을 치료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또 다른 면역관문 억제제인 니볼루맙(상표명 : 옵디보)은 플루오로피리미딘, 옥살리플라틴 및 이리노테칸 치료 후 진행이 된 미소부수체 불안정성이 높거나 혹은 불일치 복구 결함 대장암을 치료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암스쿨에 게재된 기사는 미국국립암연구소(NCI), 미국암협회(ACS), 국립암센터(NCC), 일본국립암연구소(NCCJ), 엠디앤더슨암센터(MD Anderson Cancer Center) 등 검증된 기관의 검증된 자료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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